모로코와 알제리 국경에 가까운 에르후드(Erfoud) 지역의 사하라 사막을 달리는데 작은 황토탑들이 끝도 없이 이어진다. 마치 개미가 땅굴을 파고 나서 쌓아 올린 고깔탑 같은 모양이다.
알고 보니 모래탑 하나하나가 옛적 이곳 유목민이 맨손으로 판 우물이다. 지하수로 지하 수로를 만들기 위해 10여 미터마다 우물을 만들기 위해 파낸 모래가 하나의 둔덕이 된 것이었다.
수많은 우물이 지하로 연결되어 사막 아래로 물길이 흐른다. 로마인들이 물길을 끌기 위해 수로교를 만들었다면, 이곳 유목민들은 The Wells of Khettara 또는 Qanat라고 불리는 사하라 사막 아래 단단한 지반을 파서 물길을 만들었다. 그것도 사막을 횡단하는 거리의 물을 끌어온 것이었다.
약 300km(186마일) 길이에 달하는 사막의 수로 케타라는 지하 수로로 1200-1600년대에 만들어졌고, 1970년대까지도 사용되었다. 가을에서 겨울 동안 모로코와 알제리를 달리는 Atlas Mountains에서 내려오는 물길을 잡아 오아시스도 만들고 농경에도 사용했다.
100도 이상의 온도에 모래와 강풍으로 살기 힘든 곳이지만, 유목민들은 오아시스도 찾아내고 모래사막 밑 6-7미터 깊이의 물을 찾아 우물도 만들어 농사도 짓고 가축도 기른다. 모래에 물이 그냥 스며들어 없어질 것 같은데도, 지상과 지하로 물길을 다스리고 있다. 생존을 위한 인간의 지혜와 노력을 유목민의 삶에서 찾아본다.
모로코의 카사블랑카에서부터 버스로 17시간 정도 걸려 도착한 사막 도시 Merzouga에서 다시 4×4 SUV를 타고 Erfoud로 이동했다. 알제리아 국경 아틀라스산맥을 바라보는 지역에서 유목민 가족을 만나 차도 대접받고, 그들의 농장을 돌아보고, 화석 사냥(Fossil Hunting)도 체험하고, 낙타를 타고 사막 체험도 했다.
유목민 베두인은 북아프리카, 아랍반도, 중동지역의 사막에 사는 아랍 및 베르베르인들로서, 수많은 부족들로 구성되어 있다. 아직도 전통적인 삶을 유지하면서 사막의 극심한 기후를 극복하며 가축 방목을 위해 항상 거주 장소를 옮겨야 하지만, 일부는 한 장소에 머물러 정착자가 된다.
우리가 방문한 베르베르 족장도 움막 앞 커다란 텐트에서 우리를 환영해준다. 고유의 민트 티를 대접하고 손자들과 함께 그들의 삶을 이야기해주었다.
수천만 년 전에는 사하라 사막도 바다 밑이었다. 여기에서 발견된 화석 가공을 판매하는 제작소에 들려 바위에 새겨져 있는 또 다른 역사를 본다.
사막 한가운데 검은 암반이 깔린 곳으로 가서 화석 사냥을 시도해 보았다. 검게 마른 바위 위에 물을 부으면 박혀 있는 화석이 선명히 보이긴 하지만 파낼 장비도 없으니 그림의 떡, 그냥 기념품점에서 조그마한 암모나이트를 하나 구매했다.
사막을 지나는 동안 원주민들이 모여 있는 장터가 눈에 띄었는데 가축이 보였고, 운송수단은 자전거, 리야까 정도이다.
노마드가 이끄는 낙타를 타고 이웃 마을까지 사막을 횡단하는 체험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 모래 둔덕밖에 없는 곳에 생명체가 자라고, 동물들이 살아 있는 것을 볼 수 있는 게 신기했다. 낙타를 끄는 노마드의 청색 빛깔의 전통 복장이 사막의 주황색을 배경으로 아름답게 보인다.
SUV로 사파리를 나갔을 때 모래 폭풍을 만나서 급히 사막 캠프로 피신했다. 노마드들처럼 두건을 머리에 둘러싸도 입안에서는 모래알이 씹혔다.
사하라 사막은 북아프리카, 모코로, 알제리, 튀니지, 리비아, 수단, 이집트 등 10개국에 걸쳐 아프리카 대륙 3분의 1을 차지하는 세계에서 제일 큰 더운 사막이다. 그중 리비아(99%)와 이집트(98%)는 국토의 대부분이 사막이다. 사하라는 미국 50주가 다 들어가는 크기이지만, 실제 사막 면적은 20%정도이고 대부분은 암석사막이 차지하고 있다. 사하라보다 더 큰 사막은 남극과 북극이다.
글/사진 시내산 김정선 (세계인문기행가)
시내산 김정선 씨는 70년대에 미국으로 유학을 와서 공학박사 학위를 받고, 미국대학 교수로 10년, 90년대에 교육연구 회사를 세워 20년 이상 미정부 K-20 STEM 교육프로그램 연구 사업에 기여했다. 연구를 위해 미국의 구석구석을 찾아다녔고, 은퇴 후에도 세계여행을 통해 새로운 인문학 공부를 지속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