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우디가 만든 구불구불한 아름다운 모자이크 벤치에 앉아 멀리 바르셀로나 시내와 지중해를 바라본다.
바로 아래에는 헨젤과 그레텔에 나오는 과자로 만든 집이 두 채 보인다. 갈색 벽은 브라운 시나몬 쿠키이고, 지붕과 굴뚝은 무늬가 있는 하얀 케이크이다.
안토니 가우디(Antoni Gaudi, 1852-1926)가 만든 구엘 공원(Parc Guell)에 있는 그의 동심 같은 작품들이 사랑을 받고 있다. 1900년대 초에 바르셀로나 북쪽 Carmel Hill에서 원래 전원 주택단지로 시작되었으나 후에 그리스 신화적인 요소, 상징적이거나 자연을 형상화한 요소 등이 가미되어 만들어진 공원이다.
기본적으로 천연의 지리적 환경을 최대한 바꾸지 않고 만들어졌다. 전체 건물과 구조가 신화와 동화를 연상시켜, 방문객들이 산책하며 즐길 수 있게 되어 있다.
나투라 광장(Plaça de la Natura)의 가장자리를 따라 바다뱀처럼 구불구불한 모습의 세계에서 제일 긴, 형형색색의 아름다운 모자이크 벤치를 만들었다. 인체공학적으로 디자인해서 앉기에도 너무 편안하다. 곳곳에 보이는 현란한 색깔의 모자이크는 깨어진 도자기 조각을 맞추어 모자이크를 만드는 트렌카디스(Trencadis) 기법을 사용했다.
가우디는 벤치에 비가 와도 물이 빨리 빠지도록 배수로를 만들었고, 사람들이 젖은 곳에는 앉지 못하게 손수 불뚝 튀어나온 범프도 만들었다. 구불구불한 구조는 여행객들을 삼삼오오 앉게 만들고, 대화를 나누며 기쁜 얼굴로 기념사진을 찍게 만들고 있다.
언덕 위 중앙에 86개의 기둥이 받치고 있는 도리아식 그리스 신전 살라 이포스틸라(Sala Hipóstila)가 자리하고 있다. 천정도 가우디 특유의 3차원적 모자이크 디자인이다.
신전으로부터 내려오는 중앙 계단의 도마뱀(el drac, the dragon)이 이곳의 상징이다. 도마뱀은 델피 신전의 지하수 수호신을 상징한다. 도마뱀 아래에는 성경 민수기에 나오는 놋뱀(Nehustan)이 머리를 내밀고 있다.
빗물은 신전 지붕에서부터 시작해서 계단 중앙의 수로를 따라 도마뱀과 놋뱀 머리를 지나 내려온다. 가우디의 친환경적 디자인은 배수, 정수, 저수 시설을 다 갖추고 있다.
현장의 갈색 자연석을 시멘트와 뭉쳐 다양한 형상의 기둥, 테라스, 발코니, 경사진 동굴도 만들었다. 동굴의 천정은 자연석을 아래로 붙여놓아 마치 종유석이 내려오는 느낌을 주고 있다.
길을 따라 가우디가 살았던 집이 박물관(Casa Museu Gaudi)으로 남아있는데 내부 구조도 특이한 기하학적 곡선 구조로 되어 있으며 철재, 유리 등 다양한 소재를 사용하고 있다.
가우디가 26세 청년 때, 32세의 에우제비 구엘(Eusebi Guell)을 파리 세계 박람회에서 우연한 기회에 만나 교분을 다졌고 후에 구엘 백작은 가우디의 평생 후원자가 되었다. 구엘 별장, 구엘 궁전, 구엘 공원 등 많은 건축물이 남겨졌고, 구엘 공원은 1984년 유네스코 세계유산에 등록되었다.
글/사진 시내산 김정선 (세계인문기행가)
시내산 김정선 씨는 70년대에 미국으로 유학을 와서 공학박사 학위를 받고, 미국대학 교수로 10년, 90년대에 교육연구 회사를 세워 20년 이상 미정부 K-20 STEM 교육프로그램 연구 사업에 기여했다. 연구를 위해 미국의 구석구석을 찾아다녔고, 은퇴 후에도 세계여행을 통해 새로운 인문학 공부를 지속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