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우스다코타주 동쪽 와이오밍 주와 맞닿는 곳에 블랙힐스가 있다. 기원전 7000년 전부터 수족을 비롯한 여러 부족 인디언들이 신성시하며 살아온 곳이다. 인디언에 대한 부정적 시각을 고쳐준 서부영화 ‘늑대와 춤을’의 배경이 블랙힐스 평원이다.
1874년 6월 30일 조지 암스트롱 커스터 중령이 블랙힐스에서 금을 발견하고 정부에 보고한 이후 골드러시가 일어났다. 금을 캐려는 백인들이 몰려와 성지를 파괴했다. 미국정부는 서부로 향하는 백인 이주민들을 통과시키는 것을 조건으로 수족에게 블랙힐스 영유권을 인정한 라라미 조약을 파기했다.
블랙힐스 인디언 전쟁이 일어났다.
1876년 리틀빅혼 전투에서 커스터의 제 7기병대가 전멸했지만 1877년 미국정부는 끝내 블랙힐스를 점거했다. 사우스다코타주 블랙힐스 평원의 거점도시 래피드 시티 남쪽 두 개의 산봉우리에 거대한 인물 조각상이 있다. 러시모어 대통령 얼굴 바위와 인디언 전사 크레이지 호스의 얼굴 바위다.
인디언들을 인종청소하고 이 땅을 차지한 백인들과 싸우며 생존을 위해 이 땅을 지키다 전사한 인디언 전사의 조각상이다. 두 개의 상반된 역사적 관점을 지닌 조각상이 얼굴을 맞대고 있다.
미국 역사가 영원히 펼쳐지는 곳에 위대한 지도자들 얼굴이 영원히 보존될 것이라는 조각가 거츤 보글럼의 말처럼 러시모어산의 조지 워싱턴, 토머스 제퍼슨, 에이브러햄 링컨, 시어도어 루스벨트 대통령 얼굴 바위는 매년 300만 명 이상이 방문한다.
미국인들이 ‘민주주의의 전당’이라고 부르는 얼굴 바위는 거츤 보글럼과 그의 아들 링컨 보글럼이 1927년 8월 10일에 조각을 시작했다. 14년이 지난 1941년 10월 31일에 완공됐다.
남쪽으로 15마일 떨어진 곳에는 러시모어 대통령상보다 훨씬 더 큰 크레이지 호스 조각상이 있다.
미국 정부가 수족 성지인 블랙힐스 돌산에 백인 대통령 얼굴들을 조각하자 수족 추장 헨리 스탠딩 베어가 폴란드 출신 조각가 코작 지올코브스키에게 아메리칸 인디언 영웅을 조각으로 알려 달라고 부탁을 했다. 몇 년을 숙고한 코작이 1948년에 착공했다. 1998년 6월 50년 만에 완공된 얼굴 부분의 길이만 27미터다. 코작이 사망한 뒤에도 그의 부인 루스 로스가 자녀와 작업을 이어가고 있다. 러시모어의 네 배에 달하는 크레이지 호스 조각이 언제 완성될 지 알 수 없지만 지금처럼 대를 이어 작업해 최종목표를 이룰 것이라고 한다.
인디언 성지에 미국을 찬양하는 러시모어 대통령 얼굴 바위와 미국의 인종말살 정책과 미국사회의 모순을 고발하는 크레이지 호스 조각상을 올려다보며 오늘날에도 분열된 여론을 봉합해야 하는 미국의 문제들을 생각해본다.
글, 사진 / 신현식
23년간 미주중앙일보 사진기자로 일하며 사진부장과 사진 전문위원을 역임했다. 93년 도미 전까지 한국에서 광고사진 스튜디오 ‘옥슨’ 설립, 진도그룹 사진실장, 여성지 ‘행복이 가득한 집’과 ‘마리끌레르’ 의 사진 책임자로 일했으며 진도패션 광고 사진으로 중앙광고대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한국 최초 성소수자 사진전은 큰 반향을 일으켰다.
2016년 6월 RV카로 미국 전역을 여행하기 시작했으며 2년 10개월 동안 40여개 주를 방문했다. 여행기 ‘신현식 기자의 대륙탐방’을 미주중앙일보에 연재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