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나 뻔한 내용을 다루는 작품을 클리셰라 부른다. 10월 둘째 주에 개봉하는 영화들은 모두 겉으로만 볼 때는 클리셰로 보인다. 하지만 조금 더 깊이 들여다보면 그 안에 신선함이 숨어있다.
단정한 교수의 은밀한 사생활에 대한 실화기반 영화 마스턴 교수와 원더우먼들부터 매일 죽음이 반복되는 설정의 해피 데스 데이, 그리고 성룡을 앞세운 포리너까지 다양한 영화가 개봉한다. 뻔한 것 같으면서 뻔하지 않은 영화들이다.
해피 데스 데이
감독: 크리스토퍼 랜던
출연: 제시카 로테, 이스라엘 브로우사드
1993년 사랑의 블랙홀이 개봉한 이후로 매일 같은 하루가 반복된다는 아이디어는 계속해서 소재로 쓰였다. 하지만 공포버전은 흔치 않다. 특히나 이렇게 잔인한 장면이 포함돼 하루 하루 다르게 죽는 일이 반복된다는 설정은 새롭다.
랜던 감독은 공포물 연출에 특화된 감독답게 이번에도 긴장감을 잘 조율해냈다. 올해 가을에는 공포영화의 ‘끝판왕’이라고 할 수 있는 그것이 개봉해서 엄청난 성적을 거두면서 공포영화의 강세가 뚜렷하다. 해피 데스 데이 또한 주목할 만하다.
포리너
감독: 마틴 캠벨
출연: 성룡, 피어스 브로스넌
장년층 배우가 딸에 대한 애끓는 부정 때문에 홀홀단신으로 악당들을 시원하게 물리치는 것은 이미 테이큰 시리즈에서 질리도록 본 것이다. 하지만 포리너가 다른 점이라면 성룡이 등장한다는 점이다.
오랜만에 할리우드에서 성룡의 액션을 볼 수 있다는 점은 반갑다. 테러리스트의 폭탄 공격으로 죽은 딸의 복수를 하기 위해서 성룡이 조직을 무너뜨려 간다는 스토리는 단순하지만 강하다. 물론 액션은 말할 필요도 없이 화려하다.
마스턴 교수와 원더우먼들
감독: 앤젤라 로빈슨
출연: 루크 에반스, 레베카 홀, 벨라 헤스코트
올해 개봉해서 엄청난 흥행을 기록했던 원더우먼의 원작자는 윌리엄 몰튼 마스턴 교수다. 거짓말 탐지기를 세계 최초로 만들었던 저명한 심리학 교수였던 그는 사실 은밀한 사생활을 감추고 있었다. 아내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내연녀가 있었던 것. 뿐만 아니라 아내와 내연녀와 같이 세 명이서 한 집에서 살았다.
1920년대에 일어난 믿을 수 없는 실화를 바탕으로 한 영화다. 이상성애에 대한 묘사가 있는 등 여러모로 도발적인 영화로 완성됐다. 두 명의 여자와 한 명의 남자가 동시에 서로를 사랑하는 기묘한 이야기다.
9월 6일~12일 박스오피스 리뷰
1위 블레이드 러너 2049
천재감독 드니 빌뇌브가 새롭게 상상한 블레이드 러너는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개봉 첫 주에 4000개가 넘는 극장에서 개봉하면서 4547만 달러를 벌어들였다. 1억 5000만 달러라는 제작비를 생각하면 아직 갈 길은 멀지만 평단과 관객의 고른 지지를 받고 있어 롱런 할 것으로 보인다.
2위 마운틴 비트윈 어스
이드리스 엘바와 케이트 윈슬렛이 출연하는 재난 영화. 극한의 추위가 찾아온 산 위에서 서로 전혀 모르는 두 사람이 살아나가는 영화는 저예산으로 제작됐지만 나쁘지 않은 첫 주 흥행을 기록했다. 1400만 달러라는 출발을 어떻게 이어갈 것인가가 관건이다.
3위 그것
괴물 같은 흥행은 5주차에도 이어지고 있다. 3위 자리를 지난 주에 이어 지키면서 3억 달러를 돌파했다. 제작비의 10배에 달하는 엄청난 기록. 역대 최고 흥행의 공포영화가 된 그것의 위세는 어디까지 갈 것인가.
4위 킹스맨: 골든 서클
지난 주 2위에서 새로운 영화들에 밀려 내려왔다. 1247만 달러는 나쁘지 않지만 개봉관이 550개 줄어들어서 아쉽다. 제작비인 1억 달러는 무난히 넘길 것으로 보인다. 현재까지 누적 수익은 8433만 달러다.
5위 아메리칸 메이드
오랜 시간 할리우드의 최정상에 군림해온 톰 크루즈가 드디어 정상에서 내려오는 것일까? 깜짝 1위를 하고 난후 5위로 급전직하했다. 개봉관은 오히려 7개 늘어났음에도 불구하고 1235만 달러라는 초라한 성적표를 받아 들었다.
6위 마이 리틀 포니 더 무비
어린이에게 커다란 인기를 끌었던 애니메이션 마이 리틀 포니의 극장판은 나쁘지 않은 성적을 올렸다. 1151만 달러는 2528개 극장에서 개봉한 애니메이션임을 감안하면 나쁘지 않다. 새로운 영화가 대거 개봉하는 이번 주에 어떤 성적을 거둘지가 관건.
7위 레고 닌자고 무비
개봉 3주차지만 하락세는 가파르다. 4위에서 7위로 내려왔고 1000만 달러 흥행에도 턱걸이 했다. 극장도 435개가 줄어들었다. 서서히 퇴장을 준비해야할 때로 보인다.
8위 빅토리아 앤 압둘
영국여왕과 인도인 시종의 특별한 우정을 그린 영화. 원래 100개에도 못미치는 소규모 개봉을 했으나 3주차에 들어오면서 입소문을 타고 개봉관을 대폭 늘렸다. 732개까지 늘어난 개봉관 덕에 640만 달러의 매출을 올리고 8위에 오르게 됐다.
9위 플랫라이너스
독특한 설정의 SF 공포영화 플랫라이너스는 2주차에 이미 9위까지 떨어졌다. 첫 주에 5위를 기록했음을 상기해보면 예상된 결과다. 전체 흥행성적은 1400만 달러. 제작비인 1900만 달러까지는 힘겹게 달성할 것으로 보인다.
10위 배틀 오브 섹시스
성대결에 대한 실화를 좋은 배우를 써서 만들어냈던 배틀 오브 섹시스 역시 소규모 개봉했다가 점점 극장을 늘려가고 있다. 이번 주에는 600개를 늘려서 개봉관은 1800개를 돌파했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흥행성적은 오히려 떨어졌다. 누적매출이 1000만 달러에도 못 미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