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틀즈 기록을 깬 드레이크
지난 7월 래퍼 드레이크의 새 음반 ‘스콜피온’은 발매되자마자 엄청난 인기를 끌었다. 25곡이나 눌러 담은 음반은 화제곡으로 가득 차 있었다.
사정이 어려운 사람들을 길에서 만나 즉석에서 100만 달러에 이르는 돈을 나눠주는 뮤직비디오로 유명해진 ‘God’s Plan’, 올리비아 와일드와 조이 살다나 같은 할리우드의 떠오르는 여성연기자들이 대거 출연한 뮤직비디오가 화제를 모았던 ‘Nice for What’, 독특한 댄스가 화제가 돼 온라인 상에서 ‘댄스 챌린지’ 열풍을 몰고 온 ‘In My Feelings’, 머라이어 캐리의 옛 노래를 샘플링해서 자신의 심경을 솔직하게 털어놓은 가사를 얹은 ‘Emoitonless’, 죽은 마이클 잭슨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는 ‘Don’t Matter to Me’ 등이 인기를 끌었다.
스콜피온의 대중적인 파괴력은 엄청났다. 음반의 모든 곡과 드레이크의 다른 노래를 포함해 무려 27곡이 Hot100 차트에 올랐다. 이는 이전 드레이크가 가지고 있던 Hot100 최다진입 기록을 가볍게 누른 것이다. 뿐만 아니라 무려 7곡이 톱10에 오르면서 새로운 기록을 세우게 됐다. 톱10에 동시에 이렇게 많은 곡이 오른 것은 1964년 비틀즈가 5곡을 올린 것 이후 최고기록이다. CNN을 비롯한 모든 언론은 드레이크가 비틀즈를 눌렀다는 기사를 쏟아냈다.
스트리밍 횟수는 순식간에 10억을 돌파했다. In My Feeling은 여름 내내 엄청나게 들려왔다. 스트리밍 서비스 스포티파이에서 선정한 2018년 여름 가장 많이 스트리밍 된 노래 1위에도 선정됐다. 이런 엄청난 인기에 힘입어 빌보드에서는 7주째 1위 자리에서 내려오지 않고 있다. 뿐만 아니라 God’s Plan, Nice For What, Don’t Matter to Me, Nonstop 등도 20위권에 올라있다. 드레이크보다 더 큰 상업적 성공을 거두고 있는 래퍼는 없다. 힙합그룹 미고스와 함께 하고 있는 투어도 연일 매진 사례다. 드레이크는 커리어의 정점에 있는 것처럼 보인다.
대필 논란으로 시작된 디스전
하지만 매니아들 사이에서 드레이크는 오히려 하락세가 아니냐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그가 최근에 불거진 래퍼 푸샤티(Pusha T)와의 디스를 주고 받으면서 알려지지 않은 사실들이 많이 나왔기 때문이다. 푸샤티와 드레이크는 10여년 전부터 사이가 좋지 않았으며 공개석상에서 서로를 디스하는 일은 드물었으나 둘의 좋지 않은 감정은 이미 공공연한 사실이었다.
디스전의 포문은 푸샤티가 열었다. 5월 발매된 새 앨범에 수록된 곡 Infrared에서 푸샤티는 ‘Nas가 쓴 줄 알았는데 Quentin이 쓴거였군’이라는 가사를 포함시켰다. 드레이크에 대해서 오랫동안 있어왔던 대필 논란에 대해서 언급한 것이다. ‘WDNG 크래셔스’ 라는 이름으로 활동중인 래퍼 퀜틴 밀러는 드레이크와 작업을 같이 했다. 퀜틴 밀러가 드레이크의 가사를 대필하고 있다는 소문은 이미 몇 년전부터 업계에 돌고 있던 상황에 푸샤티가 이를 공론화 시킨 것이다.
드레이크는 노래가 발표된 같은 날 Duppy Freestyle이라는 노래를 발표하면서 즉각적으로 대응했다, 그는 푸샤티의 모든 노래를 작곡해준 칸예 웨스트를 함께 언급하면서 ‘나는 칸예 웨스트와 같이 작업을 했는데 너는 내가 퀜틴과 몇소절 같이 한 걸 트집 잡는다’고 반박했다. 여기에 ‘나는 슈퍼마켓 크로거에서 일하던 퀜틴에게 음악계에서 일 할 기회를 줘서 그의 인생을 바꿨다’고도 말한다. 이 후 퀜틴은 인터뷰를 통해서 “내가 일하던 곳은 크로거가 아닌 퍼블릭스 라는 것 외에는 드레이크가 한 말은 모두 맞다”고 말했다.
드레이크의 디스곡은 ‘칸예에게 곧 인보이스가 갈 거라고 얘기해. 우리가 디스에 대응을 해서 음반이 2만장은 더 팔렸으니까’라는 가사로 끝을 맺는다. 푸샤티는 트위터를 통해서 인보이스를 보내라고 말했고 드레이크는 인스타그램에 10만 달러를 청구하는 인보이스를 올렸다.
숨겨진 아들에 대한 폭로
푸샤티도 이에 질세라 반격곡을 냈다. 제목은 Story of Adidon이다. 음반 커버부터 충격적이다. 유태계와 흑인 혼혈의 캐나다인인 드레이크가 완전히 까맣게 칠한 얼굴로 웃고 있다. 인종차별적이라는 비판이 나올 수 밖에 없는 사진이다.
하지만 커버는 시작에 불과했다. 내용은 더 충격적이다. 푸샤티는 가사를 통해서 ‘너의 애를 낳았던 소피는 세상에 알려질 자격이 있어’라며 ‘너는 애를 숨기고 있지. 그 아이를 집에 오게 해. 꼭 너는 국경수비대처럼 행동해’라고 말한다.
드레이크는 이전에도 소피 부르소라는 포르노배우와 관계를 맺었다는 소문이 파다했지만 이를 직접적으로 부인한 바 있다. 푸샤티는 포르노배우와 드레이크의 관계가 사실이며 심지어 숨겨진 아들까지 있다고 폭로한 것이다. 이후 푸샤티는 라디오에 출연해 노래 제목 Adidon는 드레이크가 곧 아디다스와 함께 출시할 브랜드의 이름이었다고 밝힌다. 그의 아들 이름 아도니스(Adonis)와 아디다스(Adidas)를 합친 뜻이라고 설명했다.
파장은 엄청났고 드레이크의 빠른 반격이 예상됐다. 드레이크의 커리어는 사실 디스전으로 인해서 커왔기 때문이다. 그가 ‘좋은 뮤지션’에서 ‘대세’로 올라설 수 있었던 데는 2015년 워싱턴 DC 출신 래퍼 믹밀과의 디스전이 큰 역할을 했다. 당시에 발표한 디스곡 Back to Back Freestyle은 디스곡 최초로 그래미에 오르는 등 작품성을 인정 받았고 결국 드레이크가 판정승을 거두면서 힙합계에 최고의 스타로 자리잡았다.
하지만 이후 드레이크는 흑인분장을 한 사진에 대해서 짤막한 해명을 했을 뿐 디스곡을 다시 발표하지 않았다. 다만 새롭게 낸 앨범 스콜피온에서 ‘나는 아들을 세상으로부터 숨긴 것이 아니라 아이로부터 세상을 숨긴 것’이라고 말하는 등 간접적으로 스캔들을 모두 인정했을 뿐이다.
이렇게 푸샤티의 승리로 디스전이 끝나자 힙합 매니아들 사이에서 드레이크에 대한 주가는 폭락했다. 드레이크가 나이키와 같이 만든 조던 신발의 가격이 내려가는 해프닝도 있었다. 드레이크는 여전히 상업적 성공을 거두지만 매니아들 사이에 평가는 내려가고 있기에 하락세가 시작될 것이라는 의견도 있다.
갈림길에 선 드레이크
드레이크는 이번 여름 최고의 상업적 성공과 최악의 폭로를 함께 경험했다. 여전히 그의 파괴력은 건재한 듯이 보이지만 이미 그의 이미지는 많이 실추된 상태다. 이제 드레이크에게는 다음 행보에 많은 사람들의 주목이 쏠리고 있다. 2018년 여름을 커리어의 정점으로 만들것인가 혹은 내리막의 시작으로 만들 것인가는 모두 드레이크 본인에게 달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