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앙심이 깊었던 건축가 안토니 가우디 Antoni Gaudi(1852-1926)는 자연에서 받은 영감으로 사그라다 파밀리아 Temple de la Sagrada Familia(성가족 성당)를 지었다. 사그라다 파밀리아는 그리스도 예수의 가족을 시작으로 예수님의 탄생, 수난, 부활영광이 전체 주제가 되어 있다.
가운데 예수님을 상징하는 제일 높은 첨탑이 있고, 둘레에 12제자를 상징하는 조금 낮은 높이의 12개 첨탑과, 4 복음 사도와 성모마리아를 상징하는 5개의 첨탑으로 모두 18개의 첨탑 구조이다. 고향인 몬세라트의 바위산에서 영감을 얻은 첨탑 디자인은 거대한 옥수수 모양인데, 전통적인 성당 첨탑과 아주 다른 모습이다. 172m의 예수님을 상징하는 첨탑이 완성되면 유럽에서 제일 높은 첨탑을 지닌 성당이 된다.
가우디는 생전에 동쪽 첨탑 4개와 탄생의 파사드를 완성했다. 서쪽의 4개의 첨탑과 수난의 파사드는 가우디 사후 조각가 수비라치 등 제자들이 완성, 현재 총 8개의 첨탑이 완성되어 있다. 남쪽의 부활영광의 4개의 첨탑이 완공되면 첨탑 12개가 모두 완성된다.
가우디가 생전에 완성한 탄생의 파사드 Nativity façade는 아기 예수의 탄생, 동방박사와 목동들의 경배, 천사들의 찬송, 유년 시절까지의 내용이 조각되어 있다.
수난의 파사드 Passion façade는 추상적인 현대조각으로, 1954년에 스페인의 화가이자 조각가인 수비라치 Josep Subirachs에 의해서 제작되었다. 초기에 일부 비난이 있었으나, 지금은 직선적인 조각으로 고난의 처절함을 더 느낄 수 있다 하여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
성당 내부는 거대한 숲속 같은 세계, 셀러리같이 미끈하고 높은 나무 기둥들이 죽죽 위로 뻗어 있고, 천장에는 별 같은 모자이크가 아름답게 배열되어 있다. 내부가 하얀 벽면이어서 스테인드글라스를 통해서 들어 오는 빛깔에 따라 분위기가 달라지고 있다. 침침하고 어두운 성당과 달리 모던한 감각에 밝고 맑은 숲속을 걷는 듯한 느낌이 든다. 예수님 십자가 조각이 중앙 노란 후광 우산 아래 걸려 있다.
순수한 기부금만을 사용하기에 건축 자금이 부족했고 지연도 되었으나, 2010년 교황 베네딕토 16세가 미완성 성당인 이곳을 방문, 미사를 집전한 후 자금 문제가 해결되었다고 한다.
가우디는 31세 때(1882) 성가족 성당 착공 시부터 74세 때(1926) 갑자기 교통사고로 소천할 때까지 온 생애를 성당 건축에 바쳤다. 평생을 독신에 검소한 삶을 산 신앙인 가우디는 전차에 치여 병원으로 옮겨졌을 때 아무도 그의 초라한 모습을 알아보지 못해 아깝게도 치료의 기회를 놓쳤다고 한다.
그의 석고 모형, 설계도에 의해 130년이 넘는 지금까지도 후대 건축가, 예술가들이 지금도 공사를 계속하고 있다. 가우디는 성당 지하에 안식하면서 아직도 건축에 참여하고 있다. 그의 사망 100주기 2026년이 완공 목표인데, 코로나팬데믹으로 지연 가능성이 있다고 한다.
스페인이 낳은 위대하고도 겸손한 건축가로서 그의 건축 스타일을 Catalan Modernism, Neo-Gothic and organic styles로 분류한다. 자연주의에 근거한 디자인에, 소재도 자연에서 가져온 또는 Recycled Materials을 사용했다. 효율적인 역학구조를 만들기 위해 3차원의 입체기하학을 응용했다.
가우디가 만든 많은 성당, 공원, 건축물들이 UNESCO World Heritage Site로 지정되어 있고, 세계의 관광객들을 끌어들이고 있다. 바셀로나의 사그라다 파밀리아는 그중 가장 많은 사람들이 방문하고 있는 현대판 성지 순례지로 사랑을 받고 있다.
글/사진 시내산 김정선 (세계인문기행가)
시내산 김정선 씨는 70년대에 미국으로 유학을 와서 공학박사 학위를 받고, 미국대학 교수로 10년, 90년대에 교육연구 회사를 세워 20년 이상 미정부 K-20 STEM 교육프로그램 연구 사업에 기여했다. 연구를 위해 미국의 구석구석을 찾아다녔고, 은퇴 후에도 세계여행을 통해 새로운 인문학 공부를 지속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