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사블랑카에서 남쪽으로 내려가면 아직도 고대도시의 모습을 그대로 지닌 아이트 벤하두(Ait Ben Haddou)라는 베르베르족(버버족)의 커다란 마을이 있다.
마을 전체가 크사르(Ksar)라고 불리우는 황토로 만든 성채인데, 많은 영화가 이곳을 배경으로 만들어졌다.
아이트(Ait)는 족속을 의미하며, 벤하두 족속의 땅이라는 의미이다. 1987년 UNESCO World Heritage Site로 지정되었다.
이 지역에 사는 베르베르인(또는 버버인) 가정에 점심 초대를 받았다. 그들이 사는 흙벽돌 집을 방문해 가족도 만나고, 정성껏 차린 전통음식을 맛보고 빵 굽기, 아도비 흙벽돌 만들기 등 생활 체험도 할 수 있었다.
반갑게 맞아주는 가족들. 작은 체구, 청바지의 50대 모하메드 아저씨가 집주인, 부인과 딸 셋, 올망졸망한 손자들, 그리고 친구 가정들까지 대가족이다. 여성 파우어가 단연 우세하다.
조그마한 정원에 둘러앉으니 모하메드가 직접 민트티를 대접하면서 한쪽 구석에 있는 황토로 만든 화덕에서 방금 빚은 구운 빵을 준비한다.
이 고장의 전통이다.
밀가루 반죽부터 전통 화덕에 빵 굽는 체험도 직접 해볼 수 있었다.
이슬람 문화권이기 때문에 돼지고기 대신 닭고기와 쇠고기, 양고기, 낙타고기, 생선으로 만든 전통 요리 타진(Tagine)이 유명하다. 타진이라는 질그릇에 고기와 채소, 생선 등을 넣고 고깔모자 모양의 뚜껑을 덮어 화덕 안에서 조리해 음식의 수분을 안에서 순환 시켜 맛을 내는 요리이다. 모로코의 대표 음식으로 가는 곳마다 메인 요리로 등장한다.
쿠스쿠스는 이들의 주식이다.
집밖에는 염소도 기르고, 당나귀도 있고 지붕에는 TV 안테나도 있다.
모로코 왕가의 사진도 벽에 걸려 있다.
흙벽돌 Adobe 만드는 시범도 보여주어 따라해 보았는데, 엉겁결에 하는 삽질이 서투르다.
모하메드 집을 나서서 부근에 있는 Association Imik Simik Feminine for Rural Development(농촌 개발 여성 자활센터)를 방문했다. 35세의 Imik Simik 회장 Fatima Guaddich가 이야기를 들려준다.
이곳에서는 자활을 위해 Pastry, Homemade couscous 등을 만들어 팔고 여성들을 위한 Night School, Class를 열어 직업훈련을 시킨다. 처음 시작했을 때는 15명의 회원이었는데, 지금은 41명으로 늘었다. 다수의 여성들이 어려움 속에서 학교에 다니고 있다.
Fatima는 2015년에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현재는 Univ of Agadir의 Islamic law 2학년 과정에 있다. 그는 후에 판사가 되려고 준비 중에 있다. 학교가 자동차로 5시간 거리에 있어 온라인 수업에 의존하고 있다.
아직도 아랍권에서는 여성의 사회적 위치가 제한되어 있고, 교육, 직업 등에서 많은 차별을 받고 있다. 여성들끼리 사회 공동체를 만들 수 없고 집 밖으로 나가려면 남성의 허락이 필요하기 때문에 교육을 받기에 무척 어려운 상황이다.
Oversea Adventure Travel (OAT) Grand Circle Foundation에서 2012년부터 이들을 돕는 프로그램을 시작했다. 자활센터도 돕고 이들을 위한 건물 신축을 도와주고 있다.
북아프리카에 베르베르족(Berbers)의 8,000년 흔적이 남아 있고, 베르베르족의 초기 왕국은 기원전 4~5세기로 거슬러 올라간다.
스스로를 아마지그(Amazigh, 자유인)로 부르는 베르베르인은 주체적이고 독립심이 강하며, 강인한 생활방식을 유지한다. 이들은 고유의 언어와 예술을 지켜오고 있어 지금도 자기 나라는 없지만, 자신들의 민족성과 고유함을 지켜나가려는 자랑스러운 민족이다.
모로코에 남아 있는 베르베르 민족의 역사와 문화를 돌아본다.
글/사진 시내산 김정선 (세계인문기행가)
시내산 김정선 씨는 70년대에 미국으로 유학을 와서 공학박사 학위를 받고, 미국대학 교수로 10년, 90년대에 교육연구 회사를 세워 20년 이상 미정부 K-20 STEM 교육프로그램 연구 사업에 기여했다. 연구를 위해 미국의 구석구석을 찾아다녔고, 은퇴 후에도 세계여행을 통해 새로운 인문학 공부를 지속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