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서, 왜 돈 내고 봐야 하는데?
‘우리’만이 할 수 있는 ‘우리’의 이야기, ‘우리’가 안 본다면, 말이 안되지.
지난 1월 2016 선댄스 영화제 경쟁 부문에 출품돼 극찬을 받은 한인 앤드류 안 감독의 영화 ‘스파 나이트(Spa Night)’가 오늘(26일)부터 웨스트 할리우드 선댄스 선셋 시네마(8000W Sunset blvd.)에서 상영된다.
‘스파 나이트‘는 LA한인타운을 배경으로 게이 청년 데이비드와 그 가족이 겪는 다양한 갈등을 섬세하게 그려냈다. 열심히 살지만 늘 경제적 어려움을 겪어야 하는 가족의 고단함, 서로에 대한 미안함, 아들을 좋은 대학에 보내고픈 부모의 기대와 노력, 이를 거부하지 못하는 아들의 압박감, 그리고 가족과 교회, 일터와 친구들 사이에서 성 정체성으로 인해 내적 충돌을 겪는 주인공의 고뇌까지 영화 속에 생생히 담겨 있다. 주인공 데이비드 역을 맡은 한인 배우 조 서는 선댄스 영화제에서 심사위원 특별상을 수상하며 섬세한 연기력을 인정받기도 했다.
영화는 대부분 한국어로 전개되며, 영어 자막이 있다.
영화에 대한 자세한 상영 정보는 공식 페이스북 페이지 www.facebook.com/SpaNight 에서 확인할 수 있으며, 예매는 극장 웹사이트 www.sundancecinemas.com 를 이용하면 된다.
개봉을 맞아, 지난 1월 선댄스 영화제가 열렸던 유타주 파크시티에서 직접 만났던 앤드류 안 감독과의 인터뷰를 전한다.
– 처음 이야기를 구상하게 된 계기가 궁금하다.
“친구가 한인타운 사우나에서 실제 경험한 ‘진한 관계‘에 대해 이야기를 해줬다. 충격적이면서도 흥미로웠다.이를 토대로 스토리를 구상했다. 처음엔 하룻밤 사이 사우나 안에서 일어나는 일만으로 이야기를 꾸몄는데, 섹슈얼리티에만 너무 집중하고 한국인으로서의 정체성은 등한시했다는 생각이 들어 조금씩 이야기를 확장시켰다.”
– 영화 속 주인공은 넉넉하지 못한 집안 살림에 대학 진학에도 실패하지만, 실제로는 명문 필립스 엑시터 아카데미에 아이비리그 브라운 대학을 거친 ‘엄친아‘다.
“그래도 늘 걱정이 많았다. ‘내가 이 모든 걸 성취하지 못했다면 어떻게 됐을까‘ 하는 생각이 항상 마음 한 구석에 있었다. 성공한 한인들의 이야기만 세상에 알려지는 것에 대한 아쉬움도 있었다. 모든 이민 가정이 경제적으로 성공한 것도 아니고, 한인 2세 중에도 공부에 관심이 없거나 좋은 대학에 가지 못한 아이들도 많다. 하지만 그들의 삶도 여전히 나름의 가치와 의미가 있는 삶이란 걸 이야기하고 싶었다.”
– 주인공 데이비드 역을 맡은 조 서의 연기가 빼어나다. 엄마 역의 해리 김, 아빠 역의 조연호도 열연했다.
“캐스팅만 1년이 걸렸다. 특히 데이비드 역을 찾기 위해 아시안 나이트 클럽과 SNS를 뒤지고 다니기까지 했다. 내가 찾았던 데이비드 역의 키워드는 단 하나, ‘착함‘ 이었는데 그 이미지에 맞는 배우 찾는 게 쉽지 않았다. 그러다 막판에 조 서가 아주 우연히 제 발로 우리를 찾아왔다. 기적 같은 순간이었다. 부모 역의 경우, 적절한 연령대에 완벽한 한국어 실력을 지닌 배우를 찾아야 했다. 미국에서는 그런 사람을 좀처럼 찾기 힘들어 비전문 배우에게 맡길 생각까지 했는데, 아무래도 복잡한 감정 연기에 한계가 있었다. 그래서 해리 김, 조연호 두 배우를 한국에서 찾아 모셔왔다. 미국에 도착한 지 하루 만에 촬영을 시작했는데, 불평 없이 소화해줘 정말 고마웠다.”
– ‘스파 나이트‘ 같은 저예산 독립 영화를 만드는 건, 여전히 힘든 일일텐데.
“그래서 더욱 선댄스에 초청된 게 의미가 있다. 훌륭한 ‘인증‘이자, 많은 사람들에게 소개될 절호의 기회니까. 다행히 관객 반응이 좋아 앞으로도 희망적이란 생각이 든다. 기회가 된다면 토드 헤인즈나 이안 감독처럼 다양한 형식의 이야기를 연출해보고 싶단 생각도 있다. 한국 부산국제영화제나 전주국제영화제에서도 ‘스파 나이트‘를 소개하고 싶다.”
– 영화를 본 관객들이 뭘 느꼈으면 좋겠나.
“일반 관객들에겐 영화 속 이야기가 오늘날 미국에서 실제 일어나고 있는 다양성의 한 단면이란 걸 알려주고 싶다. 한인 2세들은 우리 모두가 어떤 방식으로든 실제로 겪어야 했던 가족 안에서의 이야기를 영화로 볼 수 있다는 데 대해 기쁨과 위로를 받길 바란다. 한인 1세들은 영화에 등장하는 동성애 장면을 불편해 할 수도 있을 것 같다. 이 영화로 그 분들의 마음을 바꾸려는 생각은 없다. 그저, 착하게 열심히 살아 가는 한인 2세 젊은이의 여정을 보며 부모세대 한인들도 그의 아픔과 노력을 존중해줄 수 있는 계기가 된다면 좋겠다.”
글 / 이경민 기자
‘겅민양의 돈내고 볼만해?’ 는 영화&엔터 전문 이경민 기자가 목숨걸고 추천하는 금주의 핫 공연 &이벤트와 화제 인물을 다룹니다. lee.rachel@korea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