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지움 Newseum
555 Pennsylvania Ave NW, Washington, DC 20001
보도사진은 사건이나 현상을 그대로 독자에게 전달해야 한다. 객관성과 정확성을 바탕으로 독자에게 현장을 가감 없이 보여주며 상황을 설명하고 증거가 돼야 한다. 그렇기 때문에 어떤 경우에도 왜곡이 없어야 한다. 진실만 전해야 하는 것이다.
뉴스매체는 진실을 말하기 때문에 권위를 갖는다. 신문 사진을 연출하거나 조작해 왜곡했을 때 독자는 외면할 것이고 신문 본연의 기능과 가치를 잃어버리게 된다.
2003년 3월 21일 LA타임스 1면은 영국군이 이라크 난민들에게 명령을 내리는 장면이었다. 1998년부터 LA타임스에서 일한 브라이언 윌스키 기자가 이라크 종군기자로 활약하며 보낸 사진이었다. 이미 독자에게 배달된 이후 신문을 보던 LA타임스 간부들은 사진 속 배경이 된 사람들 일부가 크게 보이고 부자연스럽다는 것을 확인하고 윌스키를 추궁했다.
20년 이상 언론계에서 활동했던 윌스키는 더 좋은 구도를 위해 사진을 조작한 사실을 인정했다. LA타임스는 조작된 사진 원본 두 장을 함께 게재하며 사과했지만 진실을 전달한다는 신문에 대한 신뢰가 떨어진 뒤였다. 뉴스사진의 순수성을 강조했던 LA타임스 명성은 이미 훼손돼 버렸다. 월스키는 해고됐다.
일본의 최대유력지 아사히 신문은 1989년 4월 20일자 석간 1면에 오키나와 산호초군락에 ‘K. Y’라는 글자가 새겨진 산호초 사진을 게재했다. 커다란 사진을 실어 보도하며 오키나와 이시가키섬 산호초 낙서를 고발했다. 그러나 사진기자가 이 사진을 촬영할 때 현지에서 취재협력을 해준 다이빙 클럽 회원이 날조된 사진일 수 있다는 지적을 하면서부터 아사히신문은 자체조사를 했다.
그 결과 사진기자가 촬영효과를 높이기 위해 낙서를 더 깊이 긁어낸 것을 알아냈다.
아사히신문은 5월 20일자 조간 1면에 ‘산호사진 낙서 날조였습니다. 깊이 사과드립니다’라는 제목으로 정중한 사과문과 자체반성을 게재했다. 그리고 사진기자, 사진부장, 동경본사 편집국장을 인사조치 했고 사장은 책임을 지고 사임했다.
미국의 유력신문 및 선진국의 뉴스매체들은 취재 윤리와 관련된 사고가 발생했을 때 이를 독자들에게 솔직히 공개하고 자성과 함께 취재 윤리에 충실할 것임을 다짐한다. 신뢰가 떨어진 기사와 사진은 독자 이탈로 이어지고 독자 신뢰를 잃어버려 영향력이 없어진 매체는 광고가 떨어져 나간다. 결국은 상업적 실패도 찾아온다.
요즘은 인터넷 매체와 SNS가 활성화되면서 정치인부터 1인 매체까지 난립하고 있는 실정이다. 보도 윤리를 망각한 언론인이 가짜 뉴스를 양산하고 퍼트리고 있어 우려된다.
워싱턴 DC 국회의사당이 마주 보이는 곳에 뉴지움이 있다. 뉴스와 뮤지엄의 합성어인 뉴지움은 뉴스 미디어를 보여주는 박물관이다. 인류 보편적 가치인 인간 존중을 바탕으로 사건을 보도하고 정보를 제공하는 뉴스의 역사를 전시하며 권력에 대해 견제하고 비판하는 언론의 역사를 보여주고 표본을 제시하기도 한다.
6층으로 이어져 있는 전시장은 16세기부터 현재까지의 뉴스 역사를 보여준다. 퓰리처상 사진 갤러리가 가장 좋았다. 풀리처 수상작이 1940년대 이후 인류의 비극과 희망을 사진으로 보여주고 있다. 전세계 주요 80개 신문 프론트 페이지를 매일 갱신해 전시하는 ‘오늘의 프런트 페이지’도 인상적인 전시다.
중앙일보가 한국을 대표해 전시돼 있었다. 마침 미국 유력지 중 하나인 ‘애틀랜타 저널-콘스티튜션’ 소속의 신효섭 기자 사진도 1면에 걸려있었다.
이외에도 15개 시청각 전시관이 있다. 9/11 비극적 사건 동영상과 전시가 가슴을 먹먹하게 했다. 수십 년의 역사적인 사건을 담은 영상들을 보고 있으니 하루가 훌쩍 지나갔다.
글, 사진 / 신현식
23년간 미주중앙일보 사진기자로 일하며 사진부장과 사진 전문위원을 역임했다. 93년 도미 전까지 한국에서 광고사진 스튜디오 ‘옥슨’ 설립, 진도그룹 사진실장, 여성지 ‘행복이 가득한 집’과 ‘마리끌레르’ 의 사진 책임자로 일했으며 진도패션 광고 사진으로 중앙광고대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한국 최초 성소수자 사진전은 큰 반향을 일으켰다.
2016년 6월 RV카로 미국 전역을 여행하기 시작했으며 2년 10개월 동안 40여개 주를 방문했다. 여행기 ‘신현식 기자의 대륙탐방’을 미주중앙일보에 연재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