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w dare you!”
“감히 어떻게 우리한테 이러시나요?”

지난 23일 월요일, 인터넷은 한 소녀가 눈물을 글썽이며 소리치는 영상으로 가득 찼다. 영상의 주인공은 16살 스웨덴 소녀 그레타 툰베리 (Greta Thunberg). 툰베리는 기후 변화에 대한 대책 마련을 위해 활동하는 청소년 환경운동가로, 23일 미국 뉴욕에서 개최된 ‘2019 유엔 기후행동 정상 회의’에서 연설을 했다.

유엔 총회 앞에서 그녀는 “이건 정말 잘못되었습니다. 저는 지금 지구 반대편에서 학교를 다니고 있어야지 여기 있으면 안 됩니다. 하지만 당신 어른들은 저를 포함한 청소년들에게 희망을 품고 의지만 한다니. 감히 어떻게 우리한테 이러시나요?”라고 소리쳐 화제를 모았다.


23일 ‘2019 UN 기후행동 정상회의’에서 연설하고 있는 그레타 툰베리(16)

세계적인 리더들 앞에서 그들의 기후 변화 대책 마련에 대한 소홀함을 야단친 이 소녀는 어떻게 이런 연설을 할 수 있었을까? 그녀가 환경운동가로써 인지도를 얻기 시작한 건 약 1년 전인 2018년 8월, 그녀가 등교 거부 운동을 시작했을 때다. 당시 15살이었던 툰베리는 정치인들이 기후변화 대책을 위해 충분한 노력을 하지 않다고 주장하며 학교에 가지 않고 스웨덴 스톡홀름에 위치한 국회 앞에서 “Skolstrejk för klimatet (기후를 위한 등교 거부)”라고 써져 있는 피켓을 들고 1인 시위를 했다.

 

View this post on Instagram

 

A post shared by Greta Thunberg (@gretathunberg) on

 

View this post on Instagram

 

A post shared by Greta Thunberg (@gretathunberg) on

 

View this post on Instagram

 

A post shared by Greta Thunberg (@gretathunberg) on

1인 시위를 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곧 툰베리의 학우들, 교사들, 그리고 학부모들이 동맹 휴교와 시위에 동참했고 툰베리는 개인 소셜 미디어 계정에 시위 활동과 취지를 지속적으로 공유했다. 그리고 그녀는 ‘Fridays for Future (미래를 위한 금요일)’이라는 이름으로 금요일마다 휴교를 하는 캠페인을 시작하게 되고, 매주 참여한 사람들과 함께 학교를 걸어 나오며 시위를 했다.

 

View this post on Instagram

 

A post shared by Greta Thunberg (@gretathunberg) on

 

View this post on Instagram

 

A post shared by Greta Thunberg (@gretathunberg) on

소셜 미디어에 그녀의 이야기가 화제가 되며 툰베리는 여러 미디어 매체와 인터뷰를 하고 방송에 출연했다. 2018년 12월에는 미국의 타임지가 선정한 ‘2018년 가장 영향력 있는 10대 25명‘ 리스트에 이름이 올라갔고, 그 달 폴란드에서 개최된 2018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4)에서 연설을 하기도 했다.

“각국의 정상들이 정치적으로 가능한 것이 무엇인지가 아닌 꼭 해결되어야 할 문제들이 있다는 것을 인지하고 그것에 집중하지 않는 이상 우리에게 희망은 없습니다. 위기를 위기로 인지하지 않고는 극복할 수 없습니다. 그리고 만약 시스템 안에서 해결책들을 찾을 수 없다면 시스템 자체를 바꾸는 것도 방법이라고 생각합니다.”

View this post on Instagram

 

A post shared by Greta Thunberg (@gretathunberg) on

 

View this post on Instagram

 

A post shared by Greta Thunberg (@gretathunberg) on

툰베리의 연설 영상이 화제가 된 후 ‘Fridays for Future’ 등교 거부 운동은 세계적으로 시작됐다. 2019년 3월까지만 해도 총 135 국가에서 200만 명이 넘는 학생들이 등교 거부 운동에 참여했다. 소셜 미디어는 #FridaysforFuture 해시태그와 함께 시위를 하는 전 세계 청소년들의 사진들로 가득 찼다.

 

View this post on Instagram

 

A post shared by TIME (@time) on

이번 해 5월 툰베리는 타임지의 ‘2019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100인‘ 중 한 명으로 선정될 뿐만 아니라 잡지 커버에도 그녀의 사진이 실렸다.

그리고 지난 8월 중순, 툰베리는 유엔 정상 회의에 참가하기 위해 비행기가 아닌 배에 올라 화제를 모았다. 그녀는 이산화탄소 배출 감소의 중요성을 몸소 보여주기 위해 비행이 아닌 항해를 택했고, 태양 전지판과 수중 터빈이 갖춰진 요트를 타고 대서양을 가로질러 영국 플리머스부터 미국 뉴욕까지 15일 만에 도착했다.

 

View this post on Instagram

 

A post shared by Greta Thunberg (@gretathunberg) on

 

View this post on Instagram

 

A post shared by Greta Thunberg (@gretathunberg) on

 

View this post on Instagram

 

A post shared by Greta Thunberg (@gretathunberg) on

뉴욕에 도착한 툰베리는 여러 방송에 출연해 인터뷰를 했고 한 인터뷰에서 그녀가 갖고 있는 ‘아스퍼거 증후군 (Asperger’s Syndrome)’에 대해 이야기했다.

“저는 아스퍼거 증후군을 갖고 있어요. 자폐 스펙트럼 장애 중 하나죠. 저는 이것이 병이 아닌 제가 가진 슈퍼파워라고 생각해요. 아스퍼거 증후군을 갖고 있는 사람들은 다른 사람들과 생각을 좀 다르게 해요. 이런 환경적 위기가 있을 때는 고정관념을 깨고 새로운 생각을 하는 것이 중요한데 저는 아스퍼거 증후군을 갖고 있어 그게 가능하다고 생각해요.”

 

View this post on Instagram

 

A post shared by Greta Thunberg (@gretathunberg) on

 

View this post on Instagram

 

A post shared by Greta Thunberg (@gretathunberg) on

툰베리의 파격적인 유엔 연설이 화제가 된 후 일부의 소셜 미디어 사용자들이 영상 속 그녀를 스크린샷 해 ‘meme’ (재미를 목적으로 만든 특정 사진과 짧은 영상)을 만들어 그녀를 모욕하자 툰베리는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메시지를 남겼다.

“다들 알고 있겠지만 많은 헤이터들이 나의 외모, 옷, 행동, 다름 등을 갖고 많이 욕하고 있습니다. ‘다르다’는 것은 병이 아닙니다. 또, 지금 존재하는 과학은 ‘팩트’며 ‘오피니언’이 아닙니다. 왜 어른들이 과학을 알리려 하는 아이들과 십대들을 조롱하고 위협하는 데 시간을 쓰려 하는지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세계는 깨어나고 있습니다. 모두 금요일에 길거리에서 봐요!”

한편, 25일 툰베리는 ‘대안 노벨상 (alternative Nobel Prize)’으로 알려진 ‘올해의 바른생활상 (2019 Right Livelihood Award)’의 네 명의 수상자 중 한 명으로 선정됐다.

 


글 구성 / 정재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