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춘의 아이콘, 밴드 혁오의 콘서트가 19일 LA다운타운 ‘더 마얀(The Mayan)’에서 성황리에 개최됐다.
혁오는 지난 8일 캐나다 토론토를 시작으로 보스턴, 뉴욕, 샌프란시스코 등 7개 도시에서 북미 투어를 진행했다. LA는 이번 투어의 마지막 도시다. 혁오는 오는 23일 패서디나 인근 아케이디아에서 펼쳐질 ‘모던 스카이 페스티벌 2017’에서 공연한 뒤 유럽으로 출국한다.
이날 ‘더 마얀’은 공연이 시작되기 훨씬 전부터 혁오를 보기 위한 팬들로 붐볐다. 한인 뿐 아니라 백인, 라티노 등도 타인종도 다수 눈에 띄었다. 세련된 사운드에 영어·중국어 등 다양한 언어로 가사를 덧입히는 혁오의 음악성이 타인종들에게도 통한 것으로 추측된다.
2014년 데뷔한 밴드 혁오는 기존 음악과는 다른 색깔의 독특한 멜로디와 가사로 리스너의 귀를 사로잡았다. ‘나만 알고 싶은 밴드’라는 닉네임을 얻으며 인디 씬에서 탄탄한 입지를 확보해 나가던 중 MBC ‘무한도전’에 출연해 대중에게도 얼굴을 알렸다. 보컬·작사·작곡을 맡고 있는 오혁(23)은 이후 아이유·유희열·윤종신 등 내로라하는 뮤지션에게 음악성을 인정받으며 피처링 작업도 이어갔다.
예정된 시간보다 30분 정도 늦게 공연이 시작됐음에도, 혁오가 무대 위에 등장하자 LA팬들은 열광적인 반응을 보냈다. 멤버 전원이 말수가 적기로 유명한 혁오는 특별한 멘트 없이 오직 노래로만 1시간 30분을 채웠다. ‘말 좀 해달라’는 팬들의 요청이 이어지자 수줍게 몇 마디 말을 꺼내기도 했지만, 이내 공연에 집중하는 모습을 보였다.
특히 중국어로 가사를 구성한 완리(万里, Wanli)를 연주할 때는, 기존 앨범에서는 들을 수 없는 편곡으로 관객을 열광케했다. 대중적으로도 유명한 ‘공드리’·‘Hooka’·‘와리가리’ 등의 공연을 할 때 한 타인종 관객은 노래 처음부터 끝까지 한국어로 된 가사를 따라부르기도 했다.
93년생 동갑내기 친구 4명으로 구성된 혁오가 한국의 밴드 씬에서 점하는 위치는 특별하다. 이들이 한국을 살아가는 현재의 청춘을 우울하지만 매우 덤덤한 목소리로 노래하기 때문이다.
밴드 혁오는 2016년 한국대중음악상에서 “우울과 세련미의 조화. ‘와리가리’는 지난해에 발표된 그 어떤 곡들보다도 이 시대의 청춘과 닮은 곡이었다(정진영)”, “가요계가 메이저와 인디로 분리돼 있는 암담한 현실 속에서 마니아와 일반 대중의 귀를 골고루 만족시켰다(권석정)”는 평을 받으며 최우수 모던록 노래상과 올해의 신인상을 수상했다.
혁오 공연 영상 링크 : tuney.kr/dJ1nTB
글 / 김지윤 기자
사진 / 한다솜(Dasom Han, 포토그래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