멕시코에서 관광객이 가장 많은 국립 인류학 박물관 입장료는 80페소로, 펜데믹으로 인하여 하루 수용인원 5천 명의 20%인 1천 명만 입장시킨다. ㅁ자 형태의 2층 건물 안으로 들어서면 생명을 상징하는 세이바 나무 기둥에서 분수가 힘차게 흘려내린다. 이곳에는 메소아메리카의 유물 8천여 점이 전시되어 있다.
중간아메리카라는 뜻의 메소아메리카(Mesoamerica)는 중미에 번성하였던 테오티우아칸, 아즈텍, 마야 등의 문화 공간을 의미한다. 지리적으로는 지금의 남부 멕시코, 엘살바도르, 온두라스, 니카라과와 북부 코스타리카를 일컫는다.
기원전 13세기에 발생한 올멕 문명은 메소아메리카 문명의 한 모체로 간주된다. 인신공양을 하였던 이들의 문자와 달력체계는 마야 문자와 수체계, 달력에 영향을 주었다. 석조 거대 두상(Olmec Head)으로 유명한 ‘올멕’은 나후아틀 언어로 ‘고무 사람‘이란 뜻의 올메카틀이 변형된 것으로, 고무공 게임이 이들에게서 시작되었음을 유추할 수 있다. 인간의 얼굴과 뱀의 몸을 지닌 물의 신은 케찰코아틀 신의 원형이 된다.
멕시코 중앙 고원에 8세기까지 존재하였던 테오티우아칸관에는 신관 거주지 케찰파팔로틀 궁전이 복원되어 있다. 화려한 전성기의 모습을 돌아보며 아직도 베일에 싸여있는 2천 년 전 문명의 실체가 밝혀질 날을 기대해 본다.
톨텍관에는 테오티우아칸이 몰락한 후, 툴라에 수도를 세운 톨텍인들의 유물이 전시되어 있다. 1150년경 이방인들의 침략에 멸망하고 살아남은 톨텍족 일부가 차풀테펙 지역에 정착하여 훗날 아즈텍 제국의 선조가 된다.
아즈텍 왕국의 축소 모형이 있는 멕시카관에는 그들의 수준 높은 천문학과 예술을 보여주는 태양석이 전시되어 있다. 인신 공양 후 13만여 개의 두개골을 나무에 꿰어 보관하였던 촘판틀리도 보인다.
마야, 톨텍, 멕시카 등 각 전시관 1층 뒷문으로 나가면 그 시대의 신전과 정원이 있고, 지하층에도 유물들이 전시되어 있다. 원주민들의 근대생활을 보여주는 2층에는 가재도구, 의상, 종교 유물 등이 전시되어 있다.
기원전 3세기부터 16세기까지의 문명이 전시된 마야관에는 팔렝케 피라미드에서 발굴된 파칼 대왕의 청동 가면이 있다. 펜데믹으로 팔렝케의 현지 묘실 입장을 금지하고 대신 이곳 지하 묘실에서 당시의 모습을 볼수 있게 하였다.
비문의 신전에서 발견된 파칼왕 석관 상판 조각은 고전 마야 예술의 정수를 보여준다. 파칼왕 아래에 시발바의 세계가 입을 벌리고 왕 위로 세계의 중심 세이바 나무 주위로 천상의 새가 나른다. 왼쪽 띠는 금성을 오른쪽 띠는 태양을 의미한다. 이 그림을 가로로 보면 그가 우주선을 운전하는 모습으로 보인다.
중앙에 앞으로 구부리고 앉아 코에 가면을 쓰고 있는 파칼은, 두 손으로 컨트롤을 조작하고 있다. 복잡한 의자에 앉아 왼발 뒤꿈치로 페달을 밟고 있는 그의 뒤쪽 바깥쪽에는 배기 가스 같은 작은 불꽃이 보인다.
마야에는 중남미 원주민 왕국 중, 역사상 유일한 문자로 뜻을 나타내는 기호와 소리를 나타내는 기호가 결합된 표의.표음문자가 있다. 그들은 1개월을 20일로 13개월 260일인 태음력(촐킨)으로 제사를 지냈고, 18개월에 불길한 5일을 더해 1년이 365일인 태양력(합)으로 농사를 지었다. 이 2개의 달력은 서로 톱니바퀴처럼 돌아 52년마다 순환한다.
글, 사진 / 박명애 (세계여행 전문가)
박명애 씨는 마일리지와 포인트로 항공권과 호텔을 해결하며, 기적처럼 세계여행을 하고 있다. 열정만 있으면 얼마든지 할 수 있다는 확신으로 몸소 체험하며 얻은 정보와 사연들을 책과 블로그를 통해 공유한다. 저서로 ‘북극에서 남극까지: 수상한 세계여행’ 1, 2, 3권이 있다. 그의 알뜰한 세계여행은 지금도 계속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