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다호주 크레이터스 오브 더 문을 떠나서 그랜드 티톤 국립공원과 옐로스톤 국립공원을 구경하기로 했다.
그랜드 국립공원은 가을 옷을 입고 겨울 채비를 하고 있었다. 사실 그랜드 티톤은 옐로스톤으로 가는 길목에 한숨 돌리고 가는 곳이다. 복잡한 도심과 일상을 떠나 맑은 공기 마시며 명상을 원하는 여행객이나 등산, 하이킹 애호가가 아니고는 여러 날 지내기 지루할 것이다.
게다가 이곳은 물가가 비싸 부담스럽다. 산에 들어가면 산을 볼 수 없다. 그랜드 티톤은 멀리 떨어져 호수에 비친 산을 보며 사진을 찍는 게 고작인 곳이다.
입구에서 국립공원 직원이 막아서 입장료를 받고 국립공원 내 캠핑장이나 숙소 등 위락 시설은 개인 업체가 운영하고 있다.
숙박시설과 식당, 기념품점과 주유소, 세탁시설까지 갖춘 이용 비용이 비정상적으로 비쌌다. 캠핑장 화장실 시설은 낡고 지저분하고 캠핑자리는 울퉁불퉁 기울어 있었다. 겨우 전기만 연결할 수 있고 30피트 이상 길이의 RV는 세울 수 없는 캠핑자리가 하루에 50달러다. 보통 국립공원에서 운영하는 캠핑장의 하루 이용료는 15달러에서 30달러인 것과 비교하면 독과점 폭리다.
그랜드 티톤과 옐로스톤 공원을 분리해 두 개의 공원으로 만들어 놓고 장사를 하고 있는 느낌이었다. 새벽에 일어나 티톤산이 비치는 잭슨 호수로 갔다. 호수에 비친 티톤산의 일출을 찍으려고 영하의 날씨에도 아마추어 사진사들이 진을 치고 있었다. 트라이포드에 카메라를 얹은 젊은 중국인은 스스럼없이 내 앞을 막고 섰다. 각종 현장에서 사진기자로 인생 대부분을 지낸 나는 기가 막혔다. 사진기자들 세계에서는 상상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어느 누구나 다 찍을 수 있는 사진을 왜 저렇게까지 하면서 뭐하려고 찍는 걸까? 몇 장 누르고 서둘러 자리를 떴다. 그랜드 티톤을 조금 지나자 옐로스톤 국립공원 입구가 나오고 입장료를 또 받았다. 이중과세 당하는 느낌이었다.
캠핑장에 자리가 없었다. 일정을 포기하고 옐로스톤 동쪽 출구로 향했다. 옐로스톤을 지나는 길은 정말 퇴근길 할리우드 프리웨이 같았다. 차들은 거북이 걸음이었고 눈요기를 할만한 곳은 주차난에 그야말로 인산인해였다. 경이로운 자연의 아름다움이고 뭐고 관광객과 차에 치이는 이곳을 빠져나가기 바빴다. 철 지난 옐로스톤도 역시 사람이 많았다.
이번에도 공원 내 캠핑장은 만원이었다. 옐로스톤 서쪽 출구로 방향을 틀어 몬태나주 보즈먼시로 향했다. 공원 내의 길들은 여전히 막혔는데 도로를 점거한 들소들이 교통체증을 유발하고 있었다.
옐로스톤은 1872년 세계 최초로 국립공원으로 지정되었고 유네스코 세계 유산이다. 그랜드 캐년 국립공원의 세 배가 넘는 면적에 호수, 산과 숲, 황야와 협곡, 1만 개가 넘는 온천과 300개의 간헐천이 있다. 약 70분 마다 4분 정도 40-50미터 높이로 솟아오르는 올드 페이스풀 간헐천의 인기가 높다. 전 세계인의 놀이터가 돼버린 옐로스톤 국립공원은 시간 여유와 인내심을 가지고 준비해야 즐길 수 있는 곳이다.
글, 사진 / 신현식
23년간 미주중앙일보 사진기자로 일하며 사진부장과 사진 전문위원을 역임했다. 93년 도미 전까지 한국에서 광고사진 스튜디오 ‘옥슨’ 설립, 진도그룹 사진실장, 여성지 ‘행복이 가득한 집’과 ‘마리끌레르’ 의 사진 책임자로 일했으며 진도패션 광고 사진으로 중앙광고대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한국 최초 성소수자 사진전은 큰 반향을 일으켰다.
2016년 6월 RV카로 미국 전역을 여행하기 시작했으며 2년 10개월 동안 40여개 주를 방문했다. 여행기 ‘신현식 기자의 대륙탐방’을 미주중앙일보에 연재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