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고의 발레단인 ABT(American Ballet Theatre)에서 아시안 최초로 수석 무용수가 된 발레리나 서희.  오는 23일까지 코스타 메사 시거스트롬 아츠 센터에서 발레 ‘호두까기 인형’ 무대에 서는 발레리나 서희를 만나보았다.

Q. 발레를 시작하게 된 계기
어릴 때 수영을 하다가 다른 운동을 해보고 싶었어요. 그래서 그냥 집 가까운 발레 학원에 가게 됐어요. 발레를 시작하고 나서는 선생님들께 칭찬받고 예쁜 옷을 입고 하는 게 즐거웠던 것 같아요.

Q. ABT(American Ballet Theatre)에는 어떻게 입단하게 됐는지
콩쿨을 통해서 들어오게 됐어요. ‘프리 드 로잔(Prix de Lausanne)’이라는 스위스 무용 콩쿨에서 상을 받으면서 또 다른 ‘YAGP(유스 아메리카 그랑프리)’ 콩쿨에 나가게 됐는데, 거기서 상을 받으면 부상으로 ABT 입단 기회를 줬어요. 그 기회로 발레단에 들어오게 됐어요.

Q. 운영하고 계신 서희재단에 대해
한국에서 작은 재단을 운영하고 있어요. 저희 재단에 후원을 해주시는 분들에게 후원을 받아서 재능 있는 한국 무용수들에게 장학금도 지원하고 유학 기회나 발레단에 입단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 있어요.

Q. 바쁜 스케줄에도 불구하고 후배 양성에 힘을 쓰시는 이유
저는 미국과 유럽에서 학창시절을 보냈어요. 저도 많은 도움이 있어서 이 자리까지 올 수 있게 되었고, 그래서 저한테는 제가 할 수 있는 능력 안에서 누군가를 돕는다는 게 굉장히 당연하고 자연스러운 일이라고 생각했어요.  그 방법을 찾던 중에 재단을 만들고 학생들을 후원하는 것을 YAGP라는 콩쿨을 통해서 할 수 있는 좋은 연결고리가 생기게 되었어요. 그래서 제가 현역에 있고 발레계의 상황을 제일 잘 알고, 빠르고 정확하게 전달할 수 있을 때 시작하는 게 맞다고 생각을 했어요.

Q. ABT의 수석 무용수로서의 소감
제가 이 발레단에 들어와서 지금 하고 있는 역할들을 할 수 있을 거라고 감히 상상도 못했었던 것 같아요. 그래서 아직까지도 이 발레단에서 수석 무용수로 있는 게 꿈 같아요.

Q. 아시안 최초 ABT 수석 무용수라는 자부심 혹은 부담감이 있는지
자부심과 부담감 두 가지 모두 가지고 있는 것 같아요. 왜냐하면 발레단 사람들 혹은 공연을 보러 와주시는 관객 여러분들에게 제가 아시아 사람이라는 것 또 한국 사람이라는 것을 어느 정도 대표하고 있다고 생각하거든요. 옛날에는 그게 더 부담스러웠었는데 지금은 그냥 춤추는 게 즐겁고 행복하다고 생각하는 것 같아요.

Q. 가장 인상 깊었던 작품
모든 작품이 굉장히 특별해요. 어떤 작품은 제가 처음으로 발레단에 들어와서 주역을 한 작품(로미오와 줄리엣)이고, 하나만 고르라면 저는 항상 ‘백조의 호수’를 꼽아요. 무용수한테는 클래식 중에 클래식 발레이기도 하고, 캐릭터를 소화하는 거나 기술적으로도 굉장히 많은 수련과 단련이 필요한 작품이기 때문이에요. 어렸을 때부터 백조의 호수를 출 수 있어야 진정한 발레리나가 된 것 같은 기분이었거든요. 그래서 저한테는 특별하고 할 때마다 어렵고 그렇지만 가장 보람 있는 작품이에요.

Q. 앞으로 하고 싶은 작품
이번 봄 시즌에 저희가 ‘마농’이라는 작품을 하거든요. 저랑 오랫동안 파트너이기도 했었고 세계적으로 유명한 무용수인 로베르토 볼레가 함께 하는 은퇴 공연이에요.  제가 그 은퇴 공연을 로베르토 볼레랑 같이 하기 때문에 가장 기대되고 하고 싶은 작품인 것 같아요.

Q. ‘호두까기 인형’에 대해 간단한 소개와 관전 포인트
겨울 크리스마스 시즌이 되면 어디를 가도 캐럴송이 나오고 또 어디에서도 호두까기 인형 음악을 들을 수가 있거든요. 그래서 발레를 처음 보시는 분들도 음악에 익숙하기 때문에 보기가 조금 더 즐거우실 수 있을 것 같아요. 저희 발레단 호두까기 인형은 8년 전에 안무가인 알렉세이 라트만스키가 새로 안무한 작품이에요. 그래서 큰 틀은 클래식한 호두까기 인형의 트랙을 따라가고 있긴 한데. 제가 이 작품을 특별히 더 좋아하는 이유는 제가 맡은 역할이 여자 꼬마 주인공이 상상하는 장면이에요. 왜 모든 여자 어린이가 어렸을 때 자기가 공주가 되는 상상을 또 내가 공주가 됐을 때 왕자님을 만나는 상상을 하잖아요. 그런데 그게 안무에 너무 아름답게 녹아있어요. 그래서 저도 춤을 추면서 그냥 공주가 된 게 아니라 어린아이가 꿈꾸는 그 공주의 모습을 제가 표현할 수 있어서 좋아요.

제가 가장 하이라이트로 꼽는 장면은 1막 마지막 장면의 눈송이 춤이에요. 보통 발레에서는 그냥 아름답게만 표현됐었는데, 사실 눈이라는 게 굉장히 무서울 수도 있는 거잖아요. 눈 폭풍이 있을 수도 있고, 그런데 눈 폭풍과 아름다운 눈의 전경을 약간 접목시킨 거예요. 그래서 저는 그 눈송이 장면을 가장 좋아해요.

Q. 미주 한인들께 한마디
12월14일부터 12월23일까지 시거스트롬 아츠 센터에서 ABT의 호두까기 인형이 공연되고요. 저는 오프닝 공연인 14일과 16일 그리고 23일에 출연을 합니다.

요즘에는 공연 끝나고 한국 분들을 많이 뵙는 것 같아요.  그분들은 제가 한국 사람이라는 이유로, 또 저도 그분들이 제 공연을 보러 와주신 한국 분이라는 이유만으로 되게 반갑고 기쁘고 감사해요. 그래서 이번 호두까기 인형 공연으로 크리스마스와 연말 분위기를 느끼기 위해 와주시면 좋겠어요.


영상취재 송정현 이정현